메타버스로 진화하지 못했을까?
취향 저격 마이 홈피
지금 M 세대에게는 친숙한 싸이월드.
최근에 다시 부활한다는 소식에 도토리까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그때의 사진첩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러브스쿨에서 초등학교 친구를 찾아보고 프리챌, 다모임 등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룹 짓게 하고 그 안에서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사람을 찾아다니던 시절이었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마이 홈피라는 콘셉트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커졌습니다. 마이 홈피는 2차원 평면에 해상도, 크기가 정해져 있는 작지만 자신만의 '미니룸 ' 공간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 개성에 맞게 꾸미는 것에 사람들은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저 또한 그 방안에 가구를 놓고, 인테리어에 고민을 하며 벽지를 즐겁게 바꾸고 배경음악을 사서 꾸몄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도토리로 구매 가능했었습니다.
도토리를 아시나요?
미니홈피 오픈 후 홈피를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살 수 있는 도토리를 도입하는데 개당 100원이라는 구매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때 도토리의 매출만으로도 1,000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니 한 달에 약 10억 개의 도토리가 팔린 셈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리챌의 유료화에 반대하는 사용자들이 대거 싸이월드로 이전하면서 유저 수도 급증했던 시기와 맞물리며 무료로 사용하는 싸이월드 사이에서 도토리의 사용은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도토리라는 일종의 디지털 코인을 중심으로 '도토리 경제'라는 가상 경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자신의 아바타 '미니미'에 어울리는 이쁜 옷이나 액세서리들을 꾸몄습니다. 또한 선물하기도 가능했기 때문에 생일날 선물로 아이템이나 홈페이지 스킨을 보내는 것도 일상화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에게 도토리를 주고받으며 미니홈피에 자주 방문을 하였고, 방명록을 남기며 인맥 파도타기를 통해 친구의 친구를 찾아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고 초등학교 동창이나 중학교 동창을 찾는 것도 아주 쉬웠습니다.
싸이월드의 특성
전형적인 소셜라이프 기반의 가상세계와 일상의 라이프로 길이 결합된 융합형 메타버스의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수의 사용자가 자신의 홈피를 직접 만들고 꾸미며 가상 경제활동이 활발히 일어났습니다. 또한 24시간 돌아가는 '미니홈피'와 '미니미'는 유저가 자는 동안에도 교류하는 교류의 장이 되었습니다. 아마 70-80년대의 사람들에게 밤늦게 옛 연인의 미니홈피를 몰래 들어갔다가 '1000명째 망명자에 당첨이 되었습니다'라는 문구도 받은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생각하면 해상도나 기술력이 현저하게 낮았을지라도 전형적인 가상세계의 메타버스의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유저들끼리 도토리로 구매한 아이템이나 배경음악, 배경 스킨 등등 가상 코인과 숍을 중심으로 가상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콘셉트로는 메타버스의 선구자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로 진화하지 못한 이유
첫 번째는 네트워크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가 약해 결국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네이트와 통합한 후 네이트온 사용자 전용 로그인만 지원한다거나, 국가별로 완전히 구별된 별도의 플랫폼을 운영했기 때문에 세계 전체를 하나로 아울러버린 페이스북에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와 사용자가 만나고 교류하며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흘라이휠 효과에 의해 새로운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유입이 돼야 하는데 국가별이나 언어별로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에 점점 이탈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용자 간 확장된 커뮤니케이션이 기술적으로 막혀라 저렸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대한 자발적 기여를 이끌지 못하고 국한적인 도토리 증대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도 안타까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자 점차 사용자들이 찾지 않는 과거의 영광만이 남아버린 베드타운 신세로 전략될 수밖에 없었지요.
두 번째는 새로운 사용자의 경험을 만드는데 안이했습니다.
모니터 해상도에 최적한 미니홈피가 구현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력이 발달되어 고해상도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는 고정된 프레임에 갇혀 있었습니다. 초기 설계부터 디스플레이 해상도의 확장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이 됐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급증한 뒤 프레임 확장하는 비용이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고, 당장의 도토리의 매출로서만 안이하게 생각했던 발상에 단계적인 진화를 이루어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고정된 프레임 UI는 기능 확장의 제약이 되었고, 다른 사용자들과 어울리며 발생하는 상호작용이 그 작은 프레임 안에 갇혀버렸습니다.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가 다양한 앱과 연동되어 사용자 경험을 스마트폰 기반으로 한 모바일 인터넷으로 사용자 경험이 전환되는 시기에 모바일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싸이월드는 그렇게 사장되어 버렸습니다.
결론
하지만 초기 창업자들과 개발자들의 이탈,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이해 부족, 경영진들의 잦은 교체들로 인해 폐쇄적인 플랫폼을 운영했던 싸이월드로서는 결국 쇠락의 길을 걷는다. 도토리 수익 증대를 위해 무분별한 사업 모델의 결합도 즐겁게 사용했던 도토리에 반감이 일어났었습니다. 이렇게 주춤하는 동안에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소셜네트워크가 출현하면서 한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연결 짓는 소셜네트워크가 한국을 잠식했고 싸이월드는 옛 영광의 추억 속에 묻혔는가 했습니다. 하지만 싸이월드를 모바일로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있긴 했었습니다. 아직까지 시행착오로 지나가 버린 셈이지만 최근 다시 본격적인 투자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코인에 세계에서 싸이월드 코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앞으로의 영광을 다시 찾을지 싸이월드의 미래에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시대와 세대의 니즈를 잘 파악한 싸이월드가 부활할 날이 머지않아 올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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